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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마라톤 후기 2025

아침운동 정보 2025. 2.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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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KM에서 배운 것들 –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


1️⃣ 스타트는 좋았다, 하지만 7KM 이후부터 몸이 기억해낸 피로

처음 스타트는 예상보다 좋았다. 몸도 가볍고, 기분도 최고였다. 하지만 7KM 지점부터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근육이 다시 피로를 기억해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불편함 정도였지만, 점점 그 강도가 커지면서 조금씩 페이스를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20KM 지점까지는 ㅇㅊ이형과 함께한 팀원들과 꾸준히 5분 이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나아갔다. 그 순간까지는 여전히 ‘할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점점 길어지는 거리 속에서 조금씩 한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2️⃣ 30KM부터 다리가 잠긴다는 게 뭔지 알았다

30KM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보내는 신호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감이었지만, 이제는 다리가 점점 무거워지고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다리가 잠긴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단순한 표현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 정확한 표현이라는 걸 깨달았다. 걸음이 점점 둔해지고, 한 발 내딛는 것도 힘들었다. 어느 정도의 고통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발목과 오금, 대퇴 뒤쪽이 유독 뻣뻣해지고 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다. 계속 걸어가려고 했고, 가만히 서 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3️⃣ 30KM 후반, 가장 힘든 구간

30KM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한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 구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오르막길이었다. 사실 경사가 아주 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 순간에는 오르막인지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힘이 빠져 있었다. 뛰다가 걷고, 다시 조금 뛰었다가 지쳐서 멈추기를 반복했다. 6:00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점점 속도가 느려졌다. ‘어떻게든 완주하자’는 목표 하나만 붙잡고 나아갔다. 더 이상 속도는 의미가 없었다. 급수에 더욱 집중했고, 가져온 식량을 조금씩 먹으면서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하지만 몸의 피로는 생각보다 더 깊이 쌓여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걸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4️⃣ 추위 속에서의 싸움과 예상치 못한 응원의 힘

날씨는 예상보다 추웠다. 달릴 때는 땀이 나서 옷을 벗었지만, 조금만 그늘지고 느려지면 금세 추위가 몰려왔다. 결국 벗었던 옷을 다시 입었다가, 또 더워서 벗기를 반복했다. 30KM 후반 즈음, 빨간 옷을 입은 아저씨가 열정을 뿜으며 응원을 해주셨다. 순간 너무 놀랐고, 한편으로는 감동적이었다.

사물놀이도 그렇고 거리의 시민들이 열성적인 응원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내 몸은 그 응원만으로 다시 살아나지는 않았다. 머리는 뛰고 싶다고 외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5️⃣ 모든 러너들이 존경스러웠다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내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는 사람들. 모두가 대단해 보였다. 매일 운동하는 나조차 이렇게 힘든데, 이들은 어떻게 저렇게 묵묵히 뛰어갈 수 있을까? 모든 러너들이 존경스러웠고,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결과를 몸소 경험하니 더욱 뼈저리게 느껴졌다. 단순히 ‘완주’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6️⃣ 40KM 이후, 끝까지 나아가기

40KM를 넘어서면서 마지막 구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이미 30KM부터 무너진 페이스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30KM 이상의 거리를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대회에 나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건 내 신념에도 맞지 않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남은 것은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7️⃣ 더 즐기기 위해 계속 나아가자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단순히 ‘완주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이 스포츠를 더 오래, 그리고 더 즐기면서 하고 싶었다. 하지만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프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더 오래, 더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나아가 보자.

 

대구마라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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